선배시민학회란

선배시민학회는 노인을 선배시민으로 규정합니다.
선배시민은 시민권과 인권을 가진 존재로서 권리를 알고 공동체를 돌보는 존재입니다. 선배시민학회는 학계와 현장이 모여 선배시민 철학과 이론, 선배시민의 실천론, 선배시민의 커뮤니티를 연구하고 조직하고자 합니다.

Senior Citizen Academy

인사말

돌봄의 대상에서 돌보는 주체로
선배시민의 여정과 선배시민학회의 역사적 위치

유범상(선배시민학회 회장)


이상과 어제  -  선배시민론의 탄생
인간은 동물적인 욕구인 생존에서 점차 인간적인 욕구인 실존으로 발전해 간다. 시인 제임스 오펜하임은 ‘빵과 장미’라는 시를 발표했는데, 빵은 의식주, 즉 생존의 문제를 의미한다면, 장미는 인정, 존중, 가치 등 실존의 문제를 뜻한다.
우리는 노인도 인간임을 선언한다. 노인은 실존의 인간이다. 즉 그는 공동체에서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으며, 공동체 일에 참여하여 공동체의 구성원으로 살아가는 존재이어야 한다.
어떻게 노인은 인간이 될 수 있을까? 빵이다. 배고프지 않아야 한다. 어떻게 모든 노인이 어떤 상황에서도 돌봄을 받으면서 배고프지 않을 수 있을까? 그것은 노인이 시민이 될 때 가능하다. 시민이라 함은 권리를 가진 존재이다. 시민권 이론은 인간으로서 말할 권리인 자유권과 배고프지 않을 권리인 사회권을 모두가 갖고 있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노인은 배고픔의 문제를 권리로서 공동체에 요구해야 한다.
권리는 권력과 함께 라야 실현될 수 있다. 즉 앎은 실천을 통해 완성된다. 노인은 자신의 권리를 실천하기에 딱 좋은 나이다. 노인은 소위 ‘눈에 뵈는 것이 없을 정도’로 이익과 권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 그리고 시간이 많이 남고 나름 산 이력으로 인해 네트워크도 있다. 따라서 공동체 일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여건이 존재한다.
이상에서 보듯이 인간은 의식주, 즉 빵의 문제만 해결된다면 의미를 찾는 존재이다. 모든 인간은 먹고사니즘의 문제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생존은 인간의 오랜 걱정이다. 이 문제가 해결될 수만 있다면 인간은 인간답게 살 수 있다. 모든 사람에게 당신이 빵 걱정이 없다면 무엇을 하고 싶은가를 물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의미있는 존재가 되고 싶다고 말한다. 이것은 인간이라는 정체성의 문제, 그리고 공동체 속에서 관계맺는 존재, 가치지향적인 활동을 하는 존재가 되고 싶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처럼 노인은 인간이고, 이 인간은 시민이 될 때, 즉 시민권을 가질 때 인간답게 살 수 있는 빵과 장미를 얻을 수 있다. 선배시민론은 노인이 인간이고, 시민이라는 것에 대한 선언이다. 더 나아가 인간과 시민임을 알고 자신들이 실천할 때, 시민력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선배시민론은 이상이다. 그런데 과거에는 노인이 시민이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 국가에 충성하고 가족농사를 잘 지어서 노후를 보장해야 한다고 배웠기 때문이다. 어제의 한국의 노인은 이 이상을 알고 이것을 실현할 수 있을까?

상상과 오늘  -  선배시민학회의 탄생
선배시민론은 한국의 노인과 서유럽과 북유럽의 노인의 삶이 너무도 다르다는 점에서 시작된다. 왜 한국의 노년은 불행할까? 그 원인은 시민권의 결핍에 있다. 한국의 노인은 자식농사를 잘 지으려고 했던 반면, 보편적 복지국가는 국가농사 즉 시민권의 확립에 힘썼다. 따라서 선배시민론은 어떻게 노인을 시민으로 규정하고, 이 노인이 시민권의 실현을 위해 싪천하는 존재로 묘사할 수 있을까에서 논의가 출발했다.
사단법인 마중물에서 시작된 논의는 점차 이론적인 완결성을 만들어 나갔다. 그리고 철학에 기반한 다양한 교육 자료와 실천 프로그램을 형성해 갔다. 특히 주목할 점은 마중물의 선배시민지원센터, 경기노인종합복지관협회(경노협)와 마중물의 MOU를 통한 협약과 실천, 그리고 한노협과 함께 하는 실천이 이어졌다. 단위 복지관과 도서관 그리고 마을만들기로도 이 논의가 확장되어 갔다.
여기에서 주목할 점은 선배시민의 확산에 있어서 경노협의 역할이다. 선배시민은 2010년대 초반에 소수의 도서관과 지역 복지관에서 선배시민강좌로 시작되었다. 그런데 2015년 경노협이 마중물과 두 가지 역사적인 협약을 체결했다. 첫 번째는 경노협 소속의 노인종합복지관에서 전면적인 선배시민교육을 실시하자는 것과 두 번째는 선배시민교육 교재에 대한 연구를 의뢰한 것이다. 경노협과 사단법인 마중물의 협약으로 인해 선배시민론과 선배시민실천은 전국화의 결정적인 계기를 맞게 되었다.
경노협과 맺은 협약은 실천으로 이어졌고 이것은 그 이듬해에 한노협과 선배시민을 함께 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선배시민의 실천이 확산되자, 학계와 현장은 선배시민의 이론, 실천론, 그리고 교육론과 실천프로그램을 개발할 필요성을 느꼈다. 이렇게 탄생한 것이 학회이다. 즉 사회복지실천현장과 학계가 만나 2022년 ‘선배시민학회’가 만들어졌다. 선배시민학회는 분과위원회를 설치하고 학술대회와 월례 학술발표를 통해 본격적으로 선배시민론의 지적토대와 이를 통한 보다 체계적인 실천의 계기를 찾고 있는 중이다.

일상과 내일  -  선배시민협회의 창립
선배시민학회에 참여한 사람들과 도처에서 선배시민 교육을 받는 사람들은 새로운 상상을 하기 시작했다. 이것을 당사자 모임인 선배시민협회로 결실을 맺고 있다. 2023년 9월 선배시민 당사자들의 모임인 선배시민협회 발기인대회가 열렸다. 선배시민협회는 선배시민론이라는 이상을 현실로 실천하는 조직을 표방하고 있다. 선배시민협회는 현재 2024년 2월 창립을 목표로 선배시민협회 창립 설명회를 전국적으로 개최하고 있다.
권리는 권력과 함께 해야 하는데, 당사자들이 권리를 알고, 조직될 때 이상은 일상이 될 것이다. 노년의 삶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해서 이론이 탄생하고, 이 이론은 학회를 통해 무르익고 있는 중에, 이론을 실천할 당사자 조직이 만들어진 것이다.
선배시민론은 모든 사람들이 빵과 장미를 가진 것을 선포한 것이고, 선배시민학회는 이 이론과 철학을 좀 더 풍부하게 확장하는 것이라면, 선배시민협회는 이론과 철학적 상상을 일상, 즉 현실로 만드는 것이다. 한국의 노년을 위한 이야기에서 이만한 사건이 또 있을 수 있을까.

이상이 일상이 되도록 상상하라. 이상을 품은 상상이 일상이 되는 내일 우리의 노년은 어떤 모습일까?
노년의 삶이 빵을 넘어 장미를 추구하는 삶이 될 것이다. 이것은 생존을 넘어 실존의 삶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나 아렌트에 따르면, 인간의 행위는 생존을 위한 행위인 Labor와 실존을 위한 행위인 Action으로 나뉜다. 우리의 노년은 이제 가치를 지향하는 삶이 될 것이다. 이것은 나와 자식을 넘어 이웃과 공동체를 당당하고 풍요롭게 하는 삶을 의미한다.
이상에서 보듯이 선배시민은 어제, 오늘 그리고 이제 먼저 온 미래를 보여 줄 것이다. 선배시민은 돌봄의 대상에서 주체로, 생존에서 실존으로, 나와 가족에서 이웃과 공동체로 나아가는 실존적인 삶의 광장을 만들 것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이론으로 시작되어 실천으로 확장된 선배시민이 이제 조례를 통해 정책이 되었다는 점이다. 경기도의회는 2023년 11월 17일 <경기도 선배시민 지원 조례>를 공포했다. 이제 선배시민론학회, 선배시민협회, 조례 등은 노인이 인간이고 시민이고 그리고 인간과 시민을 마중하는 선배라는 이상을 일상 즉 현실로 만들고 있는 증표이다. 선배시민학회를 이론을, 선배시민협회는 시민력을 그리고 조례는 정책과 제도로 노인이 선배시민으로 살아가는 밑걸음이 될 것이다.

빵을 넘어 장미를 찾아 떠나는
선배시민들의 즐거운 소풍길을 응원합니다!